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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끝, 한강공원 산책이 주는 위로와 하루살이의 불청객

느린어르니 2025. 6. 2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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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무리하며 찾는 한강공원.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시간만큼은 그날의 피로와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씩 정리되는 느낌이다. 

낮 동안 뜨거웠던 열기가 사그라들고, 해가 저문 뒤 선선해진 공기를 맞으며 걷는 산책은 어느새 나에게 소중한 일상이 되었다.

한강공원

 

한강공원은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돗자리를 펴고 담소를 나누는 연인과 친구들, 그리고 나처럼 혼자 조용히 걷는 사람들까지. 각자만의 이유로 이곳을 찾지만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아마도 ‘쉼’이 아닐까 싶다. 바쁘고 고단한 도시 생활 속에서 잠시 멈추어 쉴 수 있는 공간, 그것이 한강공원의 진짜 가치일지도 모른다.

 

요즘처럼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초여름 저녁의 한강은 특히 매력적이다.

아직은 견딜만한 날씨 덕분에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고, 강변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은 꽤나 기분 좋은 선물을 안겨준다.

땀이 식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 여름이 되기 전 이 짧은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 퇴근 후 부지런히 나선다.

하지만 이 낭만적인 풍경 속에도 하나의 불청객이 있다. 바로 하루살이.

해가 지기 시작하면 슬슬 모습을 드러내는 이 작은 날벌레들은 무리를 지어 얼굴 앞을 맴돌며 산책의 흐름을 방해한다.

가로등 아래 수없이 몰려드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으스스할 정도다.

손을 휘젓고 고개를 돌려도 어디선가 계속 나타난다.

마치 오늘 하루의 끝을 나와 함께 마무리하겠다는 듯, 집요하게 따라붙는 하루살이 떼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물론 하루살이는 독성이 없고 사람을 물지도 않지만, 눈이나 입에 들어올까 불안한 건 사실이다.

여름철이면 특히 번식기라 개체 수가 늘어나 불편함이 더해진다.

모기나 벌처럼 공격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위안은 되지만, 산책 중 불쾌감은 무시할 수 없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비교적 하루살이 활동이 적은 시간대인 일몰 직후 바로 산책을 시작하거나, 가로등이 많은 구간보다는 어두운 산책로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모자나 얇은 긴소매 옷으로 피부 노출을 줄이는 것도 하루살이의 접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한강공원으로 향한다.

하루살이가 조금 성가시긴 해도, 그보다 더 큰 평안과 힐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 수면 위로 부서지는 조명, 그리고 머릿속을 비우며 걷는 그 시간.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나에게 집중하는 이 순간이 요즘 같은 시대에 꼭 필요한 쉼표가 되어준다.

누군가는 커피 한 잔, 누군가는 좋아하는 음악, 나에게는 한강공원 산책이 하루의 마무리다.

벌레 하나에 망설이기엔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 오늘 밤도 나는 그곳에서 나만의 여유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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