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복숭아가 눈에 들어오는 여름, 아버지를 그리워하며(#제철과일, 그리움)

느린어르니 2025. 7. 26. 15:19
반응형

올여름 따라 유독 복숭아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슈퍼마켓 진열대에서도, 길가 노점에서도, SNS 피드 속에서도 탐스럽고 예쁜 빛깔의 복숭아가 나를 자꾸 쳐다보는 것 같다.

아, 복숭아가 제철이구나. 어느새 한 해의 절반이 훌쩍 지났고, 계절은 다시 복숭아의 계절로 돌아왔다.

ai그림

복숭아는 그저 달콤하고 과즙 풍부한 과일이 아니라, 내겐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과일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가장 좋아하셨던 과일이 바로 복숭아였다.

여름이면 꼭 복숭아 한 박스를 사다 놓고, 아침마다 하나씩 드셨다.

껍질을 벗길 때의 정성스러운 손놀림, 복숭아를 입에 넣고 천천히 음미하시던 그 표정이 아직도 선하다.

 

그래서인지 아버지가 떠나신 후, 나는 복숭아를 잘 사먹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그 사람을 가장 닮은 물건이나 음식은 오히려 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도 그랬다. 복숭아는 어느새 나에게 조금 먹먹한 과일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올케가 들어오고, 그녀의 친정 쪽 친척이 복숭아 농사를 지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직접 재배한 복숭아가 집에 들어오고, 올케가 정성껏 깎아준 복숭아를 식탁에 올려주니, 자연스레 손이 갔다.

 

한입 베어무니 그 달콤한 과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그리고 문득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 이 맛. 아버지가 왜 그렇게 복숭아를 좋아하셨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날 이후로 여름의 복숭아가 다시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자주 사먹진 않아도, 가끔은 슈퍼에서 고르고, 하나하나 껍질을 벗겨 조심스럽게 먹는다.

누군가의 빈자리는 시간이 지난다고 완전히 채워지는 건 아니지만, 그리움이 일상 속 어딘가에 스며들면서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살아난다.

 

복숭아가 제철이라는 건, 단순히 맛있는 과일이 많이 나는 계절이라는 뜻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여름의 햇살처럼 따뜻했던 추억이 다시 찾아오는 계절일 수도 있다.

나에게 복숭아는 그렇게 아버지를 닮은 과일이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닮은 과일이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복숭아는 더욱 달콤해진다.

마치 그리움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짙어지는 것처럼. 올해 여름에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복숭아를 천천히 맛보고 싶다.

아마 하늘에서도 그 모습을 보고 계시지 않을까. “복숭아 참 잘 익었네.” 하시며, 예전처럼 따뜻하게 웃고 계실 것만 같다.

 

매번 말하게 된다

아버지께서 계셨으면 며느리 온다고 좋아하셨을텐데..

며느리가 가져온 복숭아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드셨을텐데...

돌아갈 수 없는 그시간이 그립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