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다습한 여름의 반전… 산불 주의보 발령 이유는?
장마철이면 으레 ‘습한 날씨’와 ‘폭우’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2025년 여름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른 장마’라는 말이 뉴스 헤드라인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이에 따른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여름철 산불’입니다.
보통 산불은 봄철, 특히 건조한 3~4월에 집중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여름은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산불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생각되곤 하죠.
그러나 올여름, 그 상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 ‘마른 장마’란 무엇인가?
‘마른 장마’는 이름 그대로, 장마철인데도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는 기후 현상을 말합니다.
장마 전선이 약하거나 북상과 남하를 반복하며 머무는 기간이 짧을 때, 강수량이 평년보다 현저히 줄어들게 됩니다.
2025년은 평년 대비 장마 기간은 유지됐지만, 전국적인 강수량은 오히려 적었습니다.
전국 곳곳이 장마임에도 불구하고 ‘비다운 비’를 보지 못한 채 폭염 속에 접어든 것이죠.
이로 인해 토양은 건조해지고, 나무와 풀도 수분을 머금지 못해 쉽게 마르기 시작했습니다.
■ 여름철 산불이 급증하는 이유
산불은 ‘건조’와 ‘바람’, ‘고온’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겹칠 때 위험성이 커집니다.
올여름은 바로 이 세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위험한 환경입니다.
고온: 6월 중순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인해 산림지대의 수분 증발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나뭇잎과 낙엽은 빠르게 바싹 마르며, 작은 불씨에도 불이 쉽게 번질 수 있는 상태입니다.
건조: ‘마른 장마’로 인해 평소보다 땅이 메말랐고, 산림의 수분 함량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봄철 산불보다 더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 셈입니다.
바람: 여름철 국지성 강풍은 산불의 확산 속도를 높입니다.
특히 남부 내륙과 동해안 지역은 바람까지 더해져 위험성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 실제 통계도 경고하고 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24년까지 6~9월 사이 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787건에 달합니다.
이 수치는 ‘여름은 산불의 계절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뒤엎는 수치이며, 최근 들어 기후 변화로 인해 여름철 산불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특히 올해는 이미 6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5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했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치입니다.
■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름철 산불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합니다.
산림 인근에서는 불씨 취급 주의: 특히 야외 바비큐, 담배꽁초, 쓰레기 소각은 절대 금지해야 합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거대한 산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등산객 주의사항 철저 이행: 산행 중에는 인화성 물질을 휴대하지 않고, 지정된 등산로 외 지역 진입을 자제해야 합니다.
지역별 산불주의보 확인: 산림청과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산불 예보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특히 고온·건조 경보가 발령된 지역에서는 불필요한 야외활동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 기후 위기, 남의 일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이제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폭염과 가뭄, 마른 장마 그리고 여름 산불까지…
우리의 일상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올여름 산불은 단순히 한 해의 재난으로 끝날 수 없습니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계절과 우리의 삶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름이 더 이상 ‘비의 계절’이 아닌, ‘불의 계절’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경각심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