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첫날, 근로자의 날.
많은 이들이 오늘 하루는 일 대신 쉼을 선택했습니다.
저 역시도 평소보다 느긋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했고,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한강공원을 향했습니다.
햇살이 따사롭고, 바람은 서늘하게 귓가를 스칩니다.
초록이 점점 짙어지는 한강의 나무들은 겨우내 얼었던 시간을 완전히 털어낸 듯 생기가 넘칩니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잔잔한 풀잎 소리,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 강 위로 비추는 햇빛… 그 속에서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5월의 첫날
근로자의 날
집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한강공원 산책을 했다.
이 세상은 온 세상이 초록초록하게 변해 있구나..
한강공원을 자주 찾는 편이지만, 오늘처럼 ‘느리게’ 걷는 날은 특별합니다.
평소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다음 일정에 시선을 빼앗기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다르네요.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하루이기에, 나무의 그림자와 강물의 출렁임, 새들의 움직임까지도 눈에 담게 됩니다.
공원 벤치에 잠시 앉아 하늘을 바라봅니다.
떠다니는 구름, 이따금 지나가는 유람선, 저 멀리 걷고 있는 산책자들. 각자의 삶을 살며 오늘 하루만큼은 ‘쉼’을 누리는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일상을 살아내는 모두가 주인공인 날, 누군가는 집에서 휴식을, 누군가는 여행을, 또 누군가는 저처럼 조용히 공원을 거닐고 있을지도 모르죠.
한강공원에는 계절의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듯합니다.
겨울 내 스산하던 길이 어느새 연두와 초록으로 물들었고, 지난주에 보았던 벚꽃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습니다.
지금은 라일락 향이 은은하게 번지고, 푸릇한 잎사귀들이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오늘 같은 날,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을 준 듯한 기분입니다.
무언가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한강을 걸으며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죠.
‘오늘도 한강공원을 느리게 걸으며’라는 문장이 어쩌면 소박하지만 가장 진솔한 기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과 속도에 익숙해진 우리가 잠시 멈춰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걷고, 바라보고, 생각하고,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하루를 채워보는 것. 그것이 오늘 근로자의 날에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가장 따뜻한 휴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