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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월의 끝자락, 겨울의 흔적이 사라지고 봄이 조용히 찾아오고 있다.
따스한 햇살에 이끌려 오랜만에 안양천을 따라 걸어보았다.
언제 걸어도 편안한 그 길, 오늘은 유난히 부드럽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천변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아직은 앙상한 가지들 사이로 연둣빛 새싹들이 고개를 내민다.
아직 완전히 피지 않았지만, 그 작은 변화가 참 반갑고 설렌다. 풀밭도 조금씩 초록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바람은 살랑살랑 봄의 냄새를 실어온다.
계절이 변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는 아이들, 그리고 나처럼 그저 느긋하게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이들까지. 안양천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다.
조용하지만 생동감이 느껴지는 이곳은, 나에게 늘 힐링의 장소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안양천, 그래서 자주 오게 된다.
천천히 걷는다는 건 단순히 발걸음을 늦춘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요즘처럼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스마트폰도 주머니에 넣고, 이어폰도 빼고, 오직 내 발걸음과 주변의 풍경에만 집중해 본다.
그러다 보면 문득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물 흐르는 소리,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온다. 그렇게 나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간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들도 눈에 들어온다.
작지만 당당하게 피어 있는 모습에서 묘한 위로를 받는다. 겨울을 지나 다시 피어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렸을까.
그 기다림 끝에 피어난 꽃이기에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나의 일상도 그렇다.
겨울처럼 지치고 차가운 날들을 지나면, 언젠가 분명 이렇게 따뜻한 날이 찾아온다는 믿음.
안양천 산책길 끝자락에 있는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햇살이 비치고, 봄의 향기가 가득하다.
커피 한 잔 없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런 평범한 순간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닐까.
오늘도 그렇게, 나는 안양천을 걸으며 봄을 만난다.
누군가는 꽃이 만개한 후에야 봄이라 느낄지 모르지만, 나는 이렇게 초록이 고개를 드는 순간부터 봄이라고 느낀다.
지금 이 순간, 조금씩 초록초록해지는 세상이 반갑고 고맙다.
앞으로 더 선명해질 초록을 기대하며, 내일도 느긋하게 걸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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