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운전 중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을 때,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활짝 핀 작약꽃이었다.
자동차의 소음과 분주한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며 피어있는 그 꽃은 마치 “여기서 잠깐 쉬어가세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작약은 모란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조금 더 부드럽고 수줍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일까, 작약꽃의 꽃말은 '수줍음', '수줍은 사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겹겹이 풍성하게 피어난 꽃잎 사이로, 마치 속마음을 숨기듯 조심스럽게 미소를 띠고 있는 듯한 모습이 인상 깊다.
작약은 고운 자태와 함께 색상도 다양하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분홍색은 수줍은 사랑을 상징하고,
하얀색은 순수한 마음과 신성함을 의미한다.
붉은색 작약은 부귀와 영화, 존경의 뜻을 담고 있으며,
은은한 노란색은 따뜻한 우정이나 희망 같은 밝은 기운을 떠올리게 한다.
보라색은 고귀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강해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이처럼 색에 따라 달라지는 작약꽃의 분위기는 우리 삶의 다양한 감정을 닮았다.
어떤 날은 분홍처럼 수줍고, 어떤 날은 붉은 작약처럼 뜨겁고 용기 있게 살아내는 우리들의 하루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작약은 단순한 꽃을 넘어 감정과 순간을 담아내는 '기억의 상자'처럼 느껴진다.
5월과 6월 사이, 초여름의 문턱에서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작약은 그 짧은 순간 동안 모든 정성을 다해 피어난다.
그리고 금세 꽃잎을 떨구며 사라진다.
그런 덧없음이 오히려 더 깊은 감동을 준다.
잠시 멈춰 꽃을 바라보고, 향기를 들이마시며 나도 모르게 마음을 정돈하게 되는 그런 순간. 짧지만 선명하게 남는 그 느낌은 카메라에 담기지 않아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휴게소에서 본 작약꽃 한 송이는 단지 꽃 이상의 의미였다.
마음이 조급해질 때, 피곤함에 짜증이 날 때, 문득 바라본 그 꽃은 나에게 작은 여유를 주었다.
그 순간을 통해, 자연은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며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올해는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 속에서 나 자신을 위해 작약꽃처럼 피어나는 시간을 가져보자.
계절이 선물한 꽃 한 송이가 마음속에 작은 평온을 심어주는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