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꽃이 피는 날만 기다리면 된다 생각했습니다.
겨울의 차갑고 긴 그림자가 조금씩 물러나고 따뜻한 봄바람이 조금씩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는 요즘입니다. 특히 길을 걷다가 나무 가지에 작은 꽃망울이 달린 것을 보면,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곤 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이지만, 이렇게 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은 언제나 마음이 설레고 특별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며칠 전 고향을 다녀오면서 들판에 핀 야생화를 볼수 있었습니다.
매화꽃도 살짝살짝 ~활짝 핀 꽃을 볼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뜻밖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창밖으로 하얀 눈이 펄펄 날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봄꽃이 피기 시작한 도로변 위로 눈이 쌓이는 모습은 마치 겨울이 "아직 나는 여기에 있다"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듯했습니다.
출근길 내내 눈이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계절이란 정말 우리가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간, 눈 내리는 풍경이 마냥 낯설거나 불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계절의 경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에 내리는 봄눈은 분명 봄꽃에게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게 했지만, 우리에게는 겨울과 봄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겨울은 종종 차갑고 불편한 계절로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겨울이 끝까지 떠나지 않고 우리의 곁을 맴도는 이유는 계절이 우리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일지 모릅니다. 겨울이 주는 마지막 여유를 느끼며, 지나온 시간의 소중함을 한 번 더 되돌아보게 해주는 듯했습니다.
꽃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를 바라보면서 인생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삶에서도 때로는 봄처럼 새롭고 활기찬 순간을 맞이하고 싶지만, 그 직전에 겨울의 그림자가 조금 더 머무는 경우도 있지 않던가요?
겨울과 봄이 서로 교차하는 이 순간에 우리는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천천히 할 수 있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며 내리는 눈 속에서 피어난 꽃들이 더 아름답게 빛나는 듯했습니다
. 겨울의 마지막 눈이 꽃잎 위에 머무르며 잠시나마 더 선명한 기억을 만들어 주는 듯했습니다.
봄꽃과 눈이 어우러지는 이 짧은 순간을 눈에 담으며, 지금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봄이 오는 길은 언제나 설레고 기대되지만, 아직은 겨울의 흔적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이 시점에서 한 걸음 더 기다려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 멈춰 서서 겨울이 남기고 가는 이 아름다운 흔적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다가오는 봄을 더욱 즐겁고 따뜻하게 맞이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