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을 보러 가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물가가 정말 많이 올랐어요. 예전엔 1만원이면 몇 가지는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파 한 단, 채소 몇 개만 사도 금세 예산을 넘겨버리니 가계부 쓰는 손끝이 무거워집니다.
그런 시기라 그런지, 엄마가 보내주시는 택배는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엄마는 항상 택배 상자를 정말 꽉꽉 채워서 보내주세요. 마치 “너무 비싸니까 너는 사지 마라, 내가 보내줄게”라는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파, 부추, 머위대, 묵은지까지… 그중에서도 이번엔 유독 반가운 게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쪽파. 그리고 그 쪽파로 담근 남도식 파김치였습니다.(우리엄마 김치)
어릴 적엔 사실 파김치를 잘 안 먹었어요.
매워 보이고, 파의 향이 강해서 미끄러지는 그 식감이 싫고 입에 잘 맞지 않았죠.
하지만 몇 해 전, 코로나로 외출이 어려워지고 집밥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던 시절에 엄마가 보내주신 파김치를 맛보게 됐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파김치가 이렇게 깊고 진한 맛이었구나 하고요. 그 후론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엄마의 파김치는 남도식입니다.
젓갈을 아끼지 않고 듬뿍 넣어요. 멸치액젓, 새우젓, 그리고 고춧가루의 조화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고, 밥 한 공기는 뚝딱 사라지게 만듭니다.
쪽파의 아삭한 식감과 알싸한 맛, 그리고 숙성되면서 점점 깊어지는 감칠맛은 집밥이 주는 따뜻한 위로와도 같습니다.
사실 요즘은 쪽파 철이 딱 시작될 무렵입니다. 4월부터 초여름까지가 쪽파가 한창 나오는 시기예요.
부드럽고 단맛이 도는 이 시기 쪽파는 파김치 담그기에 제격이지요.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맛볼 수 있는 제철 반찬, 파김치. 이 계절의 맛을 입안 가득 담고 있으면, 어린 시절 엄마 손맛에 익숙해졌던 그 시간들이 문득 떠오릅니다.
요즘같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밥상에 엄마의 파김치 한 점만 있으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에요.
엄마의 정성과 계절의 기운이 함께 담긴 한 접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한 끼입니다.
지난번에는 이웃집 아주머니께서 양념을 주셔서 담궈주셨는데 엄마김치맛이 아니었습니다.
엄마가 연세가 드셔서 맛이 달라졌나했는데 아니었어요.
제대로된 엄마김치로 맛있는 집밥..한끼식사의 행복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