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외근이 있는 날이면, 출발 전 꼭 챙기는 게 있다.
바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졸음 방지에도 좋고, 텅 빈 고속도로 위에서 혼자 깨어있는 기분이 들지 않게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동시에 이 커피 한 잔은 나에게 큰 고민을 안겨주기도 한다. 바로 화장실 문제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하면 이상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슬슬 아파오고, 급하게 화장실 신호가 오는 날이 있다.
물론 2시간 정도는 무난히 참을 수 있을 때도 있지만, 예고 없이 급하게 찾아오는 경우도 있어 매번 불안하다.
문제는 내가 주로 다니는 길에 휴게소가 없다는 점이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엔 이 여정이 너무 긴장감 넘친다.
그래서 나는 아예 운전 전에는 커피를 안 마시기도 하고, 마시더라도 양을 줄이거나 얼음이 많은 걸 선택한다.
그리고 출발 전 반드시 화장실을 들르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도로 근처 공공화장실이나 편의점 위치도 미리 체크해두곤 한다.
불안한 마음에 ‘모바일 지도’에서 “공중화장실”을 검색해 저장해두는 날도 있을 정도다.
사실 카페인을 섭취하면 이뇨작용이 활발해져 소변이 자주 마려운 건 당연한 반응이다.
아이스 커피는 차가운 온도까지 더해져 장을 자극하기도 한다고 한다.
특히 공복에 마시는 커피는 소화기관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장이 민감한 사람은 더 자주 화장실을 찾게 된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출발 전 식사나 간단한 간식을 챙겨 먹고 커피를 마시는 방식으로 루틴을 바꿨다.
그래도 여전히 긴 외근길에 커피 한 잔이 주는 위로는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무조건 커피’에서 ‘상황에 따라 커피’로 바뀌었다.
때로는 생수나 보리차 같은 무카페인 음료를 준비하기도 한다.
졸음이 온다면 스트레칭을 하거나 음악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결국 장거리 외근은 체력 싸움이기도 하니까.
오늘도 외근 가는 길, 커피를 집어 들다 말고 다시 내려놓는다.
“오늘은 괜찮을까?” 머릿속으로 여러 변수들을 계산해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화장실 위치 체크는 필수, 커피는 신중하게.’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이들에게 커피 한 잔이 얼마나 달콤한지 알기에, 동시에 그 뒤에 따라오는 화장실 고민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도 잘 안다.
긴 여정에 작은 고민일지 모르지만, 이 소소한 불편함조차 나름의 전략과 대처가 필요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