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은퇴는 더 이상 단순히 “회사에서 물러나는 시점”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60세 전후에 직장을 떠나지만, 국민연금은 보통 만 65세부터 수령할 수 있다.
즉, 은퇴 후 5년 동안은 연금이라는 든든한 안전망 없이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이른바 ‘연금 공백기’ 에 놓이게 된다.
이 시기야말로 노후 준비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60대 초반, 소득은 끊기고 지출은 계속된다
60세를 기점으로 직장에서 물러나면 월급이라는 안정적인 소득은 끊긴다.
그러나 생활비, 주거비, 의료비는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어난다.
특히 건강이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하는 나이이기에 병원비나 약값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한다.
자녀 결혼이나 손주 양육 지원 등 가족 행사가 겹치면 목돈 지출도 생긴다.
결국 은퇴 직후의 5년은 소득 공백이 가장 크게 체감되는 시기가 된다.
‘연금 공백기’라는 구조적 문제
국민연금 제도는 안정적인 노후 보장을 위해 설계되었지만, 제도상 수령 개시 연령이 65세로 설정되어 있다.
반면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정년은 대부분 60세 전후로 정해져 있어, 자연스럽게 5년간의 연금 공백이 발생한다.
이 기간을 준비하지 못한 은퇴자는 퇴직금이나 예·적금을 갉아먹거나, 아예 재취업을 시도해야 한다.
문제는 재취업 기회가 제한적이고, 임금 수준도 낮아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퇴직금은 ‘다리’일 뿐, 종착역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금을 받아 든든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 자금이 연금 개시 전까지의 생계비 버팀목 역할을 한다. 즉, 종착역이 아닌 단순한 다리에 불과하다.
특히 퇴직금을 단번에 소비하거나, 고위험 투자에 몰아넣을 경우 몇 년 지나지 않아 바닥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퇴직금을 ‘적절히 나눠 쓰는 지혜’가 연금 공백기를 버티는 핵심 전략이 된다.
연금 공백기 대비 전략
개인연금·퇴직연금 활용
국민연금 외에 IRP나 연금저축을 꾸준히 불입해두면 60세 이후 일정 금액을 미리 인출해 활용할 수 있다.
작은 금액이라도 안정적으로 들어오면 생활에 숨통이 트인다.
생활비 구조 조정
공백기에는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 필수다.
주거 형태를 바꾸거나, 불필요한 보험료와 구독료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수십만 원의 차이가 난다.
단기 재취업 또는 소일거리
전문 지식이나 경험을 활용한 재취업, 혹은 시간제 근무는 소득 공백을 메우는 좋은 방법이다.
단, 체력과 건강을 고려해야 한다.
비상자금 확보
연금 개시 전 예상치 못한 의료비나 긴급 지출을 대비해 최소 1~2년 치 생활비는 현금성 자산으로 마련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핵심은 ‘준비의 시간’
연금 공백기는 피할 수 없는 제도적 현실이다.
하지만 은퇴 이전에 얼마나 준비했느냐에 따라 그 5년의 무게는 천지 차이가 난다.
50대 후반부터라도 은퇴 후 생활비를 계산하고, 개인연금·퇴직연금 운용을 점검하며, 지출을 다이어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은퇴 후 5년은 단순한 ‘버티기’가 아니라, 앞으로의 노후 삶을 시험하는 리허설이다.
이 시간을 슬기롭게 보내는 사람만이 65세 이후 안정적인 연금 생활로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
준비 없는 은퇴는 곧 불안과 불편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준비된 은퇴는 공백기조차 여유로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