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을은 아니겠지…”
하루 종일 그런 생각이 맴돌았다.
뉴스에서는 오늘도 비가 올 거라는 소식을 전했다.
위험한 수준의 비가 내릴거라고..폭우가 올 수 있다며,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방에 강한 비가 예보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는데도 하늘은 온종일 흐렸다.
햇살도 강하지 않았고, 바람은 어딘가 차가운 느낌이었다.
저녁이 되니 그 기운이 더 확연해졌다.
늘 다니던 산책길.
발걸음을 떼자마자 느껴졌다.
‘왜 이렇게 시원하지?’
불쾌지수 높던 무더운 날들과는 전혀 다른 공기였다.
습하고 끈적였던 여름의 잔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치 가을의 초입처럼 선선하고 쾌적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비가 오기 전, 공기는 종종 이렇게 달라진다.
흙냄새도, 풀냄새도, 공기 속 수분도
어딘가 다르게 느껴진다.
아직 내리지 않은 비가 하늘 어딘가 머물며
지상에 그 존재를 은근하게 알리고 있는 듯한 기분.
그게 지금 이 시원함의 정체일까.
하늘을 올려다보면
두꺼운 구름 사이로 흘러나오는 회색빛.
고향에 전화를 했더니 엄마도 비가 살짝 내리다 안내리다 하면서..
검은 구름은 몰려온다고 하셨다
바람은 여름의 열기를 몰아내듯 가볍게 불고,
귀를 기울이면 멀리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들린다.
비가 잠깐 내린거 같은데 내가 산책 나간 시간에는 내리지 않았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비가 오기 전의 고요함이
이 산책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여름은 길고 가을은 짧다’고.
그래서일까, 오늘 같은 저녁이 오면 괜히 마음이 흔들린다.
아직은 8월 초, 달력상으론 분명 여름 한복판인데
이런 시원한 공기를 마주하면
문득 계절이 바뀌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에 가슴이 간질거린다.
여름의 끝자락.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와 함께
도시의 공기는 가볍게 달라진다.
땀에 젖은 셔츠가 말라가는 시간이 길어지고,
무더위 속에서도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반가운 날.
오늘처럼 비가 올 듯 말 듯한 날,
그 애매한 경계에서 느끼는 저녁의 시원함은
어쩌면 일상의 피로를 식혀주는 작은 선물 같다.
굳이 어디로 멀리 떠나지 않아도
오늘 같은 저녁산책 한 번이면 충분하다.
이 여름의 기운을 온전히 껴안고,
다가올 계절을 천천히 맞이할 준비를 해본다.
아직 가을은 아니겠지.
하지만 오늘 같은 저녁이 계속된다면,
가을이 조금 빨리 와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