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잘 못하기에 버리는것도 잘 못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나에게 필요없는걸 버리고 왔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낀다. “이건 언젠가 필요할지도 몰라.”
그 마음 하나 때문에, 집 안 한구석에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물건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다.
일상에서 버리는 걸 유난히 어려워하는 사람.
물건 하나를 손에 쥘 때마다 ‘혹시 나중에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렇게 미루고 또 미루다 보면 어느새 버려야 할 것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오늘은 큰마음을 먹고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하나 구입했다.
“이번엔 진짜 비워야지.” 마음을 다잡고 집 안을 천천히 둘러보며 손에 잡히는 것들을 하나씩 넣기 시작했다.
오래된 종이봉투, 색이 바랜 옷, 한때는 자주 쓰던 그릇들.
버리면서도 마음 한켠이 찜찜했다.
마치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를 떠나보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봉투가 조금씩 차오를수록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버림은 단순히 물건을 내보내는 일이 아니라,
그동안 쌓여 있던 나의 미련과 집착을 내려놓는 과정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왜 이렇게 버리는 게 힘들까’ 생각해보니,
단순히 아깝다는 감정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미련 때문인 것 같다.
“그때는 이걸 쓸 줄 알았지”, “이건 그때 참 좋아했는데…” 하는 생각이 물건에 묻어 있다.
결국 버리지 못했던 건 물건이 아니라 기억이었던 셈이다.
그래도 오늘은 용기를 냈다.
비워야 새로 채울 수 있다는 걸, 나도 이제는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커다란 쓰레기봉투 하나를 가득 채워 버리고 나서야 느꼈다.
물건이 줄어든 만큼 마음에도 여백이 생긴다는 걸.
비워진 공간은 묘하게도 따뜻했다. 오히려 물건이 많을 때보다 숨이 잘 쉬어지는 기분이었다.
물론 나는 여전히 ‘버리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다.
앞으로도 필요할 것 같다는 이유로 무언가를 또 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버릴 땐 미련 없이 비우는 법.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성장한 내가 아닐까.
누군가는 말한다.
“정리는 곧 마음의 정화다.”
오늘의 정리는 물건이 아니라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는 시간이었다.
버리지 못했던 물건들 속에는 그때의 나,
그 시절의 감정이 함께 있었다. 이제는 그 모든 걸 조용히 보내주려 한다.
버림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준비이니까.
오늘도 나는 커다란 쓰레기봉투 하나를 들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선다.
비워내는 하루가 조금씩 쌓이면, 언젠가는 내 마음도 가볍게 날아오르겠지.
“버린 만큼, 내 안에 공간이 생긴다.”
그걸 알기에 오늘도 나는 또 한 번,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