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서 고민을 하다가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가만있어도 땀나고 산행을 해도 땀이 나는 하루였습니다.
도심의 열기는 아침부터 가만히 있어도 땀이 맺힐 정도다.
에어컨 바람은 잠시 시원함을 주지만, 어느 순간 답답함으로 변한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을 타고 산으로 떠난다. 땀 흘리는 산행이 오히려 나를 식혀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노선도 한 장이면 충분하다. 서울 근교에는 지하철만으로 도착할 수 있는 산이 의외로 많다.
북한산, 관악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등 도시와 자연이 가까운 곳. 특별한 장비 없이 운동화 한 켤레와 가벼운 마음이면 출발 준비는 끝난다.
출근길 인파가 빠져나간 늦은 오전, 나는 배낭을 메고 지하철에 오른다.
한적한 칸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다.
산 입구에 도착하면 바람의 결이 다르다. 도시의 숨 막히는 열기와는 확연히 다른 숨결. 푸릇한 나무 냄새, 흙내음, 새소리,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밝은 인사. 산에 오르기 전부터 마음이 환기된다.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하면 금세 땀이 흐른다.
이마를 타고, 목을 타고, 등이 축축해진다. 하지만 그 땀이 싫지 않다.
사우나처럼 막연한 열기 속의 땀이 아니라, 내 몸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 같은 땀이다.
내가 나를 위해 흘리는 땀, 그래서 더 개운하다.
걸으며 숨이 가빠지기도 하고, 무릎이 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걸을수록 생각은 단순해진다.
일상의 복잡한 고민, 감정의 소용돌이, 말로 표현 못한 답답함들이 하나둘씩 발끝으로 빠져나가는 듯하다.
땀과 함께 생각도 흘러내리고, 내가 감당하지 않아도 될 짐들은 산에 내려놓고 온다.
정상에 올라 시야가 탁 트이면, 한 번 더 심호흡을 한다.
내려다보이는 도시의 모습은 여전히 바쁘고 복잡하지만, 그 속을 살아가는 내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평온하다. 이게 바로 내가 산을 찾는 이유다.
하산할 땐 흐르던 땀이 식으며 상쾌함이 남는다.
등산로 입구 근처에서 오이나 시원한 음료 하나로 입을 적시며 오늘 하루를 정리한다.
굳이 특별한 일이 없어도, 그냥 이 하루가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요즘처럼 습하고 더운 날씨에 산을 찾는 건 어쩌면 이상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땀이, 이 숨참이, 내 마음을 식혀주는 시간이 된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오르는 게 아니라, 그저 나를 위로하고 정리하기 위한 걸음.
도시에서 지쳐 있다면, 가벼운 배낭 하나 들고 지하철을 타보자.
에어컨 바람 대신, 나무 그늘과 바람, 그리고 땀이 내 안의 묵은 감정을 털어주고 마음을 비워줄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땀을 흘리며 걷는다.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