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을 산책하다 진한 분홍색 꽃나무
아무래도 복숭아꽃이겠지 싶었다
나는 왜 이 꽃을 보는데 드라마가 생각이 난걸까?
몇 해 전, ‘삼생삼세 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라는 중국 드라마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판타지 로맨스 장르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에게 이 드라마는 마치 낯선 꽃향기처럼 다가왔다.
그 시절, 하루 일과가 끝나고 복숭아꽃이 흩날리는 그 배경을 따라가며 천족과 여우족의 서사에 푹 빠져들곤 했다. 그 중심에는 백천과 야화, 두 사람의 애틋하고도 운명적인 사랑이 있었다.
드라마 속 배경은 현실이 아닌 신계의 세계였지만, 그 안에서 오가는 감정은 현실보다 더 생생했다.
특히 매회 등장하는 십리도화(十里桃花), 즉 복숭아꽃이 흐드러진 그 길은 시청자들에게 이 드라마를 ‘꽃보다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기에 충분했다.
흐드러지는 꽃잎 사이로 오가는 두 사람의 눈빛, 장면마다 어울리는 OST, 그리고 잔잔하면서도 깊은 대사들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복숭아꽃을 보고 있노라니 그 드라마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기존에 봤던 ott채널은 해지를 한 상태고 넷플릭스를 찾아봤다.
넷플릭스를 켜보다가 이 드라마가 있는걸 보고, 마치 옛 연인을 다시 만난 듯한 설렘으로 ‘다시 보기’를 누르게 되었다.
첫 회부터 익숙한 배경과 음악,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자, 어느새 나는 예전 감정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시절 느꼈던 감동과 여운이 되살아났고,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웠다.
‘삼생삼세 십리도화’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한 선택과 희생, 오해와 기다림, 그리고 환생을 거듭하며 이어지는 인연의 깊이를 이야기한다.
그 속에는 인간의 감정보다 더 진한 무언가가 담겨 있다.
가볍게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보면 볼수록 마음에 남는 장면들이 생긴다.
복숭아꽃이 지고 피는 시간 속에서 서사의 흐름은 더욱 진하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현실에서도 복숭아꽃을 마주할 때면, 이 드라마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 분홍빛으로 물든 복숭아꽃은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처럼 나지막이 속삭인다.
'기억하니? 십리도화 속 그 장면을.' 그렇게 나는 드라마를 떠올리며, 그리움과 함께 봄을 맞이한다.
이번에 다시 시작한 재시청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만난 삼생삼세 십리도화는 여전히 나에게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아 있다.
그리고 어쩌면, 복숭아꽃이 피는 이 계절에 가장 어울리는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중국드라마는 횟수가 많아서 한번에 다 못본다
그래서 퇴근하고 집에가서 이어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