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를 강타한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 여파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두 경제 대국이 상호 보복성 관세를 주고받으며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자, 국제 금융시장도 출렁였고, 특히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외환시장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 경제 전반에 다양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수출입 분야다.
관세전쟁은 글로벌 교역 둔화를 초래하고, 이에 따라 한국의 대표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주력 수출품의 수요도 위축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환율 변동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발하여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이는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위축도 문제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더욱 강해지고, 이는 원화 자산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증가하며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원화 약세가 심화되면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의 재무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업 전반의 투자 여력과 고용 창출 능력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서민 가계에도 여파는 미친다. 환율 상승은 해외여행, 유학, 외국산 소비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실질 구매력이 하락하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물가 불안이 커지면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에도 부담을 주게 되며,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대출금리 상승 등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원화 약세가 무조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 증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중소기업이나 제조업체들은 환차익 효과로 인해 단기적인 매출 증가를 경험하기도 한다.
다만 이는 환율 변동성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일 때나 가능한 이야기이며, 현재처럼 급등락이 심한 상황에서는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관세전쟁이라는 외부 변수는 우리 힘만으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수단 강화, 수출 시장 다변화,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 체질 개선 등이 그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환율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기반을 튼튼히 하여 대외 충격에 강한 경제 구조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끝으로, 개별 소비자와 투자자 역시 글로벌 경제 흐름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환율과 금리, 유가 등 주요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 상황에서 정보를 잘 읽고 판단하는 능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흔들리는 원화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중심을 잡고 나아가기 위해선 민간과 정부 모두의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