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앉는 5월, 남도의 갯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합니다.
유난히 바다 냄새가 짙어지고, 갯벌 위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이 시기엔 바로 ‘갯벌여행’이 제격입니다.
장화를 신고 바구니 하나 들고 물 빠진 갯벌로 나서면, 그 안엔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박하고도 풍요로운 자연의 세계가 펼쳐지지요.
남도 갯벌 여행의 묘미는 단순한 자연 체험을 넘어선 ‘먹거리 체험’에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계절의 선물은 단연 꽃게, 칠게, 박하지입니다.
각각의 게는 생김새도, 맛도 다르며, 갯벌의 생태를 들여다보는 재미까지 더해주죠.
꽃게, 봄철 입맛을 돋우는 바다의 여왕
꽃게는 봄과 가을이 제철입니다. 특히 산란을 앞둔 봄꽃게는 살이 꽉 차고 게딱지 속에 알이 가득해 감칠맛이 뛰어납니다.
남도 해안에서는 주로 통발이나 그물을 이용해 채취하며, 물 빠진 갯벌에서도 흔히 발견됩니다. 쪄서 먹어도 맛있고, 게장으로 담가도 일품이지요.
특히 간장게장은 남도식 밥도둑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칠게, 갯벌의 장난꾸러기
칠게는 주로 갯벌 위를 빠르게 기어 다니는 작은 게로, 낮은 물가에서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몸집은 작지만 움직임이 민첩해서 아이들과 갯벌 체험을 할 때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 되지요.
잡아서 바로 먹는 게라기보단, 갯벌 생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요즘은 생태 해설 프로그램을 통해 칠게를 관찰하는 프로그램도 인기가 많습니다.
박하지, 남도의 별미
박하지는 작은 꽃게를 일컫는 전라도 방언입니다.
실제론 일반 꽃게보다 작고 단단하지만, 맛은 오히려 진하고 고소한 편이죠.
박하지는 튀김이나 찜보다는 된장국이나 찌개에 넣어 국물용으로 많이 활용되며, 살짝 볶아 내거나 바삭하게 구워 내기도 합니다.
남도 갯벌에서 직접 박하지를 잡아 보는 체험은 생각보다 짜릿하고 흥미롭습니다. 손으로 직접 건져 올렸을 때의 그 손맛은 평생 잊기 어렵지요.
갯벌 체험을 더 즐겁게 만드는 팁
물때 체크는 필수입니다. 물이 빠져야만 갯벌 체험이 가능하므로 여행 전 반드시 물때표를 확인하세요.
장화와 모자, 자외선 차단제는 기본 준비물입니다.
햇살이 강하고 갯벌이 미끄럽기 쉬우니 옷차림에 신경 써야 합니다.
현지 체험 마을 예약을 하면 더욱 안전하고 알찬 갯벌 체험이 가능합니다. 아이 동반 가족에게 특히 추천합니다.
남도 갯벌은 살아있는 자연박물관
벌교, 고흥, 순천, 해남, 무안 등 남도의 해안 지역 곳곳에는 갯벌 체험장이 조성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게를 잡는 체험이 아니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철새를 보고, 해양 생물을 관찰하고, 지역 어르신들의 갯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시끌벅적한 관광지보다 조용하고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여행을 찾고 있다면, 남도의 갯벌은 가장 정직한 대답이 되어줄 겁니다.
계절이 주는 특별한 선물, 그리고 손끝으로 느끼는 갯벌의 생명력. 그 안에서 우리는 바다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