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거래처 방문이 잦아졌다.
우리 회사 사무실은 저층에 자리 잡고 있어서, 창밖을 보면 늘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들 왕래가 많은 길거리, 분주한 배달 오토바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오는 가로수들. 익숙하지만 조금은 답답한 풍경이다.
그런데 거래처 건물은 다르다. 고층 빌딩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오늘도 업무차 방문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괜히 설렜다.
몇 층까지 올라갔는지 가늠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문이 열리고, 거래처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거기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통유리창 너머로 내려다본 세상은 마치 작은 모형 같았다.
달리는 차량들이 줄을 맞춘 듯 도로를 누비고, 신호등이 깜빡이는 순간순간마다 차들의 움직임이 아름다운 리듬을 만들었다.
보통 땅에서 볼 때는 느끼지 못하는 질서와 움직임의 조화랄까.
그 모습이 이상하리만치 예쁘게 느껴졌다.
잠시 일손을 멈추고 창가에 서서 한참이나 바라봤다.
빽빽한 도심인데도,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니 복잡함보다 안정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수없이 오가는 차들, 분주한 사람들 모두 각자의 하루를 살아내는 중이라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문득,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집을 구할 때 '한강뷰'가 있으면 가격이 확 올라간다는 것.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는 단순히 강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수천만 원, 아니 수억 원까지 차이가 난다고 했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됐었다. 강 하나 보인다고 뭐가 그렇게 달라질까 싶었다.
그런데 오늘 창밖을 바라보며 알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문득 창을 열었을 때 눈앞에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면,
그건 단순한 '뷰' 이상의 가치가 아닐까.
복잡한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잠깐 숨을 고를 수 있는 순간,
한강 너머로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는 풍경을 바라보는 여유.
그런 시간이 주는 위로는 돈으로 따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세상은 그렇게, 나에게 작은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사는 자리,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때로는 마음을 어떻게든 위로해줄 수 있다는 것.
비록 우리 회사 사무실은 저층에 있고, 창밖 풍경은 늘 비슷하지만,
가끔 이렇게 거래처 고층 사무실에 와서 다른 시선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새로워지니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도 한강이 보이는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
창문을 열면 강바람이 불어오고, 해가 강물 위로 천천히 떨어지는 모습을 매일 볼 수 있는 그런 곳.
그냥 바라만 봐도 위로가 되는 풍경과 함께라면, 힘든 하루도 조금은 부드럽게 녹아들지 않을까.
오늘도 그렇게, 창밖을 바라보며 작은 꿈 하나를 품어본다.